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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보 <수신기> 완역 프로젝트

[권1] 유근이 혼을 불러오다 (劉根招魂)

by 날마다 도전 2021. 11.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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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근(劉根)은 자가 군안(君安)으로, 장안(長安) 사람이다. () 성제(成帝) 때 숭산(嵩山)으로 들어가 도술을 배웠다. 기인을 만나 비결(祕訣)을 하나 전수받았는데, 사람의 혼을 불러오는 기술이었다. 그를 요괴로 여긴 영천(潁川) 태수 사기(史祈)가 사람을 보내 그를 관아로 압송하여 죽이려 했다. 유근이 관아에 도착하자 사기가 말했다.

사람들이 말하길, 공께서 귀신을 볼 수 있게 해준다고 하더군요. 그렇다면 지금 여기에서 귀신을 불러낼 수 있습니까? 그러지 못한다면 공을 죽일 수밖에 없소.”

그러자 유근이 말했다.

그거야 어렵지 않습니다. 나리 앞에 있는 붓과 먹을 빌려 부적을 써도 되겠습니까?”

부적을 완성하자 갑자기 귀신 대여섯 명이 나타났다. 귀신들은 죄인 두 명을 포박하여 사기 앞에 데려왔다. 사기가 보니 낯이 익었다. 바로 그의 부모였다. 사기는 깜짝 놀라 유근에게 머리를 찧어가며 절을 하면서 말했다.

소인이 실례를 범했습니다. 죽어 마땅합니다.”

유근이 사기를 꾸짖으며 말했다.

너의 자손들이 조상을 빛내지는 못할망정 어찌 신선에게 죄를 지어 부모를 이렇게 수고롭게 한다는 말이냐!”

사기가 깜짝 놀라 대성통곡하며 고개를 조아리며 용서를 구했다. 유근은 아무 말 없이 홀연히 사라졌는데 어디로 갔는지 아는 사람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