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지(周至) 고을의 선비 손극복(孫克復)은 계주(阶州)에 머물며 살고 있었다. 그곳의 땅이 기름지고 물맛이 좋아 마음에 들어, 산촌에 집을 짓고 농사짓고 책 읽으며 소박하게 살아가는 걸 낙으로 삼았다. 집은 산에 기대어 절벽을 내려다보는 곳에 있었고, 그 옆에 초가 한 채를 지어 멀리까지 내다볼 수 있게 꾸몄다. 누각 아래는 숲이 우거지고 골짜기가 깊어, 비록 작은 오솔길이 있긴 했지만, 사람이 다니는 일은 드물었고, 간혹 나무꾼이나 목동이 지날 뿐이었다.
어느 날, 손이 홀로 누각에 기대어 있다가 멀리서 누군가 그 오솔길을 따라 올라오는 것을 보게 되었다. 풀로 만든 삿갓을 쓰고 무명옷을 입은 소년이었는데, 언뜻 보기에도 매우 아름다웠다. 가까이서 얼굴을 확인하니, 정말이지 너무나 곱고 단정했다. 붉은 입술에 하얀 치아, 은빛 같은 머릿결과 맑은 얼굴빛을 가진 열일곱이나 열여덟쯤 되어 보이는 곱상한 소년이었다.
손은 깜짝 놀라 중얼거렸다. “세상에, 남자가 이렇게 고울 수가 있나?”
곧장 아래로 달려가 길을 막고 정중히 물었다.
“이 산속은 깊고 인적이 드물어 승냥이 같은 짐승이 들끓는데, 이렇게 늦은 저녁에 혼자 어딜 가는 겁니까? 하룻밤 묵고 내일 아침 일찍 떠나시는 게 좋겠습니다. 그게 아무래도 마음 놓이지 않겠습니까.”
소년은 말하길, “서로 아무런 인연도 없고 알지도 못하는 사이인데, 우연히 지나치다 이렇게 만났다고 하룻밤 묵는 건 옳지 않지요.”
사실 손은 예전부터 남색(男色)의 취향이 있었다. 이런 보배 같은 인물을 우연히 만났으니 욕정을 억누르지 못해, 급히 달려들어 끌어안았다.
소년은 크게 놀라 소리쳤다.
“우연히 마주쳤다고 왜 이런 무례한 짓을 하십니까?”
손이 웃으며 말했다.
“그대는 총명한 사람인데, 굳이 말을 꺼내야 알겠소?”
소년은 당황해 몸부림치며 손을 밀쳐냈고, 손은 중심을 잃고 절벽 아래로 굴러 떨어졌다. 소년은 그 틈을 타 황급히 도망쳤다.
마침 절벽 아래 나뭇가지에 걸려 죽지는 않았지만, 위로도 아래로도 움직일 수 없어 소리쳐도 들을 사람 없어, 이제 죽는구나 하며 체념하고 있었다.
그때 한 여인이 지나가다 그를 보고 놀라 말했다.
“이렇게 위험한 곳에 매달려서 도대체 무슨 재미로 이러고 계신 거예요?”
손이 대답했다.
“누가 저를 밀쳤습니다! 혹시 도와주실 수 있겠습니까?”
여자가 말했다.
“도와드리는 건 어렵지 않아요. 대신 은혜를 갚을 수 있으신가요?”
손이 급히 대답했다.
“이 가지에서만 살려주신다면, 그 외는 모두 말씀대로 하겠습니다.”
여인은 피식 웃으며 발에서 천을 풀어 한쪽 끝을 던져주고, 그를 끌어올렸다.
손은 한참을 지나서야 정신이 돌아왔고, 옷매무새를 바로잡고 정중히 인사했다. 여인은 천천히 발을 감으면서 대꾸도 하지 않았다. 손은 그 태도가 이상해 다시 찬찬히 얼굴을 들여다보니, 가냘프고 고운 자태, 세상에 둘도 없는 미인이었다.
순간 깜짝 놀라기도 하고 감탄하기도 하며 속으로 생각했다. ‘오늘 무슨 날이기에 이런 기이한 일들이 계속 생기는 걸까?’
해는 뉘엿뉘엿 지고, 산은 어둑해졌다. 손은 다시 절을 올리며 말했다.
“제 목숨을 구해주신 은혜, 쉽게 갚을 수 없습니다. 부디 하룻밤 머무르시고 가시지요.”
여인은 웃으며 곁눈질로 바라보며 말했다.
“그쪽은 참 바람기가 심하네요. 겨우 목숨을 건졌더니, 또 다른 죽을 일을 만들고 있으니.”
손은 그 말에서 장난기 어린 호감을 느꼈고, 아까 소년처럼 무관심한 태도는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이리하여 둘은 함께 누각으로 돌아가 한밤중까지 정을 나누었다.
밤이 깊어지자 여인은 일어나 옷을 챙기며 말했다.
“오늘 밤 약속이 있어 나가야 해요. 내일 다시 올게요.”
손이 그녀의 팔을 잡고 막으며 말했다.
“밤은 함께 보냈으니, 낮도 같이 있어야 하지 않겠소?”
다시 정을 나누고는 묻기를,
“그대처럼 여리고 가냘픈 여인이, 수레도 없이 홀몸으로 이 깊은 산을 오르다니, 두렵지도 않았소?”
여인이 말하길, “저는 복(宓)씨 집안의 벽벽(碧碧)라고 해요. 올해 열여덟이고, 앞마을 방가의 아들과 혼인했다가 반 년 만에 과부가 되었죠. 오늘은 어머니 생신이라 고향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이었어요. 이 지름길을 택했는데, 뜻밖에도 당신을 만나 마음을 지키지 못했네요. 하지만 이 또한 인연이니, 앞으로 당신과 함께 늙어가고 싶어요. 외로운 제 삶을 보살펴 줄 수 있나요?”
손은 진지하게 대답했다.
“그대 같은 분과 함께할 수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소. 다만 어머니께서 엄하셔서 쉽게 결정을 내릴 수가 없어요. 허락 없이 혼인할 수는 없으니, 시간을 두고 말씀드려야 해요. 하지만 어머니도 마음에 드신다면 허락하실 겁니다.”
여인이 덧붙였다.
“저도 당신에게 도움이 될 수 있어요. 진심으로 저와 함께하고 마음이 변하지 않는다면, 목숨도 살릴 수 있고, 삶과 죽음을 함께 할 수 있어요. 지금까지의 어두움은 사라지고, 당신은 번데기에서 나방이 되듯, 썩은 풀에서 반짝이는 구슬이 되듯, 인간의 최고의 기쁨을 누릴 수 있을 거예요. 더는 육신에 얽매이지 않고, 염라대왕의 뜻에 따라 살게 될 테니까요.”
손은 크게 기뻐하며, 마치 평생 짝을 만난 듯 감격했다.
다음 날 아침, 손은 어머니께 이 일을 알렸다. 어머니는 여인을 불러 자세히 묻고 나서 손에게 말했다.
“얘야, 너무 급하게 굴지 마라. 내가 평생 여자를 수없이 봐왔지만, 이 여인만큼 요염한 이는 처음이다. 한 번 보는 것만으로도 눈이 아찔할 정도니, 이건 진짜 재앙이야. 네가 무슨 복으로 이런 여인을 감당하겠니? 게다가 젊은 나이에 과부가 되었으니, 더더욱 흉하구나. 어서 돌려보내라. 죽음을 자초하지 말거라.”
손은 말없이 서 있더니 얼굴이 잿빛이 되었다.
여인이 나서며 말했다.
“어머님의 말씀이 조금 심하신 듯해요. 제가 일부러 먼저 마음을 표현한 건, 아무리 괴로운 삶이라도 그대와 함께하면 달게 여길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대가 가난해도 저는 괜찮아요. 그런데 어머님은 왜 저를 요괴처럼 여기는 거죠?”
어머니가 말했다.
“그대야 새사랑에 빠져 예전은 잊었겠지만, 나는 내 아들을 위해 마치 개나 말처럼 애쓰는 사람이란다.”
여인은 분노하며 말했다.
“도대체 무슨 못된 노파가 이렇게 독하단 말입니까? 저도 밥 굶지 않고 살 수 있어요!”
그러고는 손에게도 화를 내며 말했다.
“당신 같은 나무토막 같은 사람과는 말도 못 하겠군요. 내 말도 안 듣고, 곧 죽게 될 거예요. 그런 팔자에 죽으면, 지옥에서도 밑바닥 귀신이 되겠죠. 나는 그때 높은 곳에서 칼산과 검나무 곁에 앉아 당신이 발버둥 치는 걸 지켜볼 거예요!”
그러고는 문을 박차고 나가버렸고, 어디로 갔는지는 알 수 없었다.
손은 눈물을 줄줄 흘리며 슬픔과 원망으로 가득 찼다. 어머니가 달래며 말했다.
“세상엔 예쁜 여자가 많단다. 꼭 그 여자가 아니어도 돼. 게다가 이 깊은 산골에 그런 미인이 불쑥 나타나다니, 식물이 아닌 이상 요괴나 귀신이 틀림없어. 네가 정신 차리지 못하고 그런 마성에 빠져들면, 나는 앞으로 누구를 믿고 살겠니?”
이렇게 여러 번 타일렀더니 손의 마음도 조금은 누그러졌다.
얼마 지나지 않아, 노부부가 자녀 여섯, 일곱 명을 이끌고 들이닥쳤다. 모두 소란을 피우며 손을 향해 욕설을 퍼부었다. 손이 막 나가서 사정을 알아보려 하자, 바로 붙잡히고는 노인이 지팡이로 그의 등을 내리쳤다.
“절벽에서 떨어졌을 때 거의 죽을 뻔했지. 우리 딸이 아니었으면 까마귀나 까치 먹이가 되었을 거다. 그런데 지금 와서 우리 딸을 버리다니! 은혜를 저버리고 배은망덕이냐?”
손은 이런 기세에 얼어붙어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집안 사람들도 말릴 수 없었다.
그때 손의 어머니가 지팡이를 짚고 나와 말했다.
“그만들 하세요. 일이 있다면 차분히 의논합시다.”
노파가 말했다.
“이제야 친어머니가 나왔구려. 그런데 어머님의 말씀은 너무 심하시네요. 도대체 무슨 이유로 그렇게 막말을 하신 건가요? 그 말에 저희 딸은 화가 나서 집으로 돌아가고, 분해서 밥도 먹지 않고 있습니다. 만약 딸에게 무슨 잘못이 있었더라도, 그렇다고 어머님의 살점을 떼어내어 먹을 만한 죄가 있었겠습니까?”
손의 어머니는 그제야 이들이 바로 그 여인의 부모라는 걸 알게 되었다. 속으로 생각했다. ‘이렇게 몰려와서 소란을 피우는 걸 보니, 무슨 꿍꿍이가 있는 게 틀림없다. 일단 부드럽게 넘기는 게 상책이겠다.’
막 입을 열려 하자, 노파가 말을 끊으며 말했다.
“말이 길 필요 있나요. 당장 집 안 벽에 석회를 바르고 마당을 치우세요. 내일 바로 혼례 수레가 도착할 겁니다.”
그리고는 손을 풀어주고 모두 흩어졌다.
어머니가 손에게 말하길,
“저들의 행색을 보니, 더욱더 요괴가 분명하구나. 예로부터 사악한 기운은 바른 기운을 이기지 못한다고 했지. 네가 마음을 곧게 지키기만 한다면, 저들을 물리치는 것도 어렵지 않을 것이다.”
이리하여 의견이 정해지고, 대비를 갖추어 기다렸다.
다음 날 새벽, 노인 부부가 다시 여인을 데리고 왔다. 앞장서서 악기를 불고 두드리며, 혼수의 화려함과 시녀와 하인들의 수는 집 안팎을 가득 메울 정도였다. 손은 그 모습에 다소 마음이 흔들리며 부러워했다.
어머니는 문을 굳게 걸고 문빗장을 채운 채, 문 밖으로 큰소리로 외쳤다.
“우리 집은 예로부터 청렴하고 조용하게 살아왔습니다. 아무 이유 없이 남의 집에 억지로 들이닥치는 것이 과연 부끄럽지 않습니까? 어서 물러가시오. 더 욕되지 마시오.”
노인 부부는 이 말에 분노하며 외쳤다.
“당신네 집안이 어지럽고 잡을 어른도 없어 보이기에, 우리 귀한 딸을 아낌없이 보내 시중들게 하려는 거요. 그런데 어찌 그리 잘난 척을 하나? 우리가 늙고 약하다고 해서, 당신같이 늙은 마귀할멈의 배를 칼로 찌르지 못할 줄 아시오?”
그러고는 벽돌을 던지고 돌을 던지며, 오랫동안 공격을 퍼부었다. 하지만 손의 어머니는 아무 일도 아닌 듯 모른 척하며 잠자코 있었다. 노인 부부는 끝내 흥이 깨졌는지 분통을 터뜨리며 말하고는 물러갔다.
“됐어, 됐어! 지금은 물러가지만, 우리도 다 수단이 따로 있으니 두고 보시오.”
마을 사람들이 이 일을 알게 되었고, 소문은 퍼져 하나의 괴이한 이야기처럼 되었다. 덕망 있는 몇몇 마을 어른들이 찾아와 손의 어머니에게 말하였다.
“우리 마을은 외지고 사람이 드물어, 위급할 때 도와줄 힘이 부족합니다. 그런데 이런 곳에서 어린 아들과 과부가 요괴 같은 존재와 맞서 싸운다니, 너무 고지식하게만 행동하다가는 원한만 남겨 화를 자초할 겁니다. 이 부근엔 예전부터 여우 신령이 사는 마을이 있었고, 사람들이 종종 목격했지만, 해를 끼친 적은 없었습니다. 이번에 와서 귀찮게 구는 것도 여우임이 틀림없습니다. 예로부터 여우를 섬기는 이들 중엔 여우와 교유하거나 혼인까지 하는 경우도 있었는데, 그리 이상할 것도 없습니다.
게다가 아드님은 비범한 기운을 지녔으니, 여우 아내를 맞이해도 큰 재앙은 없을 것입니다. 차라리 일단 받아들여 당장의 화근을 끊는 게 낫지 않겠습니까? 만약 지금처럼 대립만 하다 보면, 원한이 깊어지고, 조만간 해를 입게 될 겁니다. 어머니와 아들이 밤잠조차 편히 못 자게 될까 걱정됩니다.”
손도 어머니를 여러 번 설득했고, 결국 어머니는 마지못해 허락하였다.
그날 저녁, 노인 부부는 다시 여인을 데려왔는데, 마치 이미 어머니가 허락할 것을 알고 있었던 듯 무척 기뻐 보였다. 그리하여 결혼식이 치러졌고, 노인 부부는 기쁜 마음으로 돌아갔다.
손과 여인은 부부가 되어 매우 사이가 좋았고, 여인 또한 손의 어머니를 공경하고 잘 따랐다. 집안의 살림살이와 일상에 필요한 모든 것들이 저절로 마련되었고, 온 집안은 앉아서 복을 누리는 듯했다.
어느 날 여인이 손에게 말하였다.
“오늘 당신 처조카가 오니, 경거망동하지 마세요. 후회할 일이 없도록 하셔야 해요.”
손이 대답했다.
“나의 처조카라면 당신의 자식과도 같으니, 나이나 예절은 저절로 구분될 텐데 무슨 단속이 필요하겠소?”
이윽고 그 조카가 도착하니, 다름이 아니라 지난번 절벽 아래로 밀쳐버린 바로 그 예쁜 소년이었다.
손은 깜짝 놀라 예전 일을 떠올리며 몹시 당황하고 불편해했다. 그러나 소년은 아무렇지도 않게 웃고 떠들며, 전혀 꺼리는 기색이 없었다. 손도 처음에는 긴장했으나, 차츰 마음을 놓았고, 이어 친근하게 대하다가 점차 방자한 마음이 올라와 틈을 타 그에게 입을 맞췄다.
그러자 소년은 화들짝 놀라며 분노해 외쳤다.
“이 짐승 같은 자식, 그 못된 버릇 하나도 안 고쳐졌구나! 사람이란 놈이 어찌 이리도 자중하지 못하느냐!”
그리고는 다시 힘껏 손을 밀쳐 탁자 아래로 넘어뜨리곤 분개한 채 가버렸다.
여인이 돌아와 이 광경을 보고는 오랫동안 분노와 슬픔에 휩싸이다가, 이내 한숨을 쉬며 말했다.
“헛수고였군요. 이 가난뱅이 인간한테 무슨 생명 운운할 말을 하겠어요.”
그러고는 말 한마디 없이 자취를 감추었다.
집안의 모든 물건도 누군가 가져간 것도 아닌데, 순식간에 홀연히 사라졌다.
손은 소년과 입을 맞췄을 때 이상한 향기가 코를 찌르며 머리까지 퍼지는 걸 느꼈고, 그 향은 옷에도 스며들어 며칠이 지나도 가시지 않았다. 결국 그 향은 양 겨드랑이에 남았고, 그때부터 악취가 나는 병에 걸려 평생 낫지 않았다.
한재(閑齋)가 말한다.
“여우는 본래 성정이 음탕하니, 이는 별로 이상할 게 없다. 다만 그 늙은 여우는 무슨 이유로 딸을 꼭 손에게 시집보내려 했던 걸까? 혹시 딸이 손을 싫어한다는 걸 알면서도, 자기 혼자 몰래 도망치기 위한 계획을 이루려는 마음에 그렇게 억지로 밀어붙인 건 아니었을까? 하지만 그 여인도 정숙하지 않았으니, 손은 또 어찌 깨끗했겠는가? 세상에 남색을 즐기거나 스스로 여자인 양 행동하는 자들이 많은데, 그런 자들은 수컷 여우보다도 못한 법이다.”
난암(蘭巖)이 말한다.
“남색이란 어쩔 수 없이 빠지는 자도 있지만, 손은 참으로 이상한 자라 할 수 있다. 경박한 마음으로 소년에게 다가갔다가 절벽 아래 떨어졌고, 겨우 목숨을 건진 뒤에도 또다시 어리석은 욕정을 품다니. 늙은 여우가 딸을 시집보낸 것은 그에게 큰 복이었고, 그로 인해 큰 부귀를 누렸건만, 정작 스스로 자중해야 할 때에 다시 옛 버릇이 도져 그 모든 걸 잃어버렸다. 결국 여우에게 조롱당하고, 가장 아꼈던 존재마저 떠나갔으며, 몸에는 지독한 병까지 얻었다. 한 남자가 아내와 자식에게조차 멸시받는 것도 부끄러운 일인데, 하물며 다른 종족에게 이리도 수모를 당하다니, 어찌 사람답게 살았다고 하겠는가!”
원문
周至諸生孫克復,流寓阶州。爱其地土腴永甘,卜筑山村,耕讀自乐。屋左依山臨壑,构一草閣,頗虚敞,可以眺遠。閣下林深箐密,雖有一徑,人迹罕經,仅過樵牧。
一日,孫獨凭閣上,遠遠見一人循徑來,草笠布衫,仿佛甚美。既辨眉目,果然美甚,丹唇皓齿,華发素面,十七八一娈童也。孫駭曰:『世豈有男子而姣媚若此者乎?』急趨下閣,要遮而鞠之曰:『山深路僻,豺狼侁侁,小郎日暮孤行,進將安止?盍姑住此,明旦早行,庶不至旁觀者代爲忧虑。』少年曰:『夙非姻娅,生熟兩不相谙,猎食或然,宿應不可。』孫素有斷袖之癖,一旦值此璧人,欲情火炽,遽前拥之,少年大驚,曰:『奈何邂逅相遇,輒以横逆見加?』孫曰:『卿慧人也,何待解人!』少年惶遽,極力挤之,孫猝不及防,失足坠巖下。少年脱然去。
孫爲一樹枝夾住,欲上不能,欲下不得,呼叫聲嘶,無人知者,自拚必死。忽一女子,過而見之,讶曰:『如此阽危,何乐而爲之?』孫曰:『爲人所算耳!能救我否?』女曰:『救亦非难,第未識何以報德?』孫曰:『除却再夾樹枝,余悉唯命。』女吃吃笑,解足缠抛于一端,援之而上。孫良久神定,整衣謝之。女徐徐束足,了不見答。孫方怪其倨,审谛之,則苗条婉妙,絕代美姝也。不覺缩颈吐舌,且驚且喜,陰念何今日奇遇之多也。
時日已薄崦嵫,四山漸暝,乃再拜而請曰:『再生之德,未易仓猝图報,幸小住爲佳。』女笑而睨之曰:『子大不良善,甫得生机,又造死業矣。』孫聽其言谑,窺其意厚,大不似少年漠不关心者,遂携入閣,缱绻备至。約三更,女披衣起,曰:『今夕與人約,須践之,翌日重晤。』孫阻之以臂曰:『卜夜未卜昼。』復留與亂。因詰:『卿孱弱處子,雖乘以油壁,舁以笋舆,猶恐不胜劳瘁。底事单形只身,遠陟空山,令人弥思弥惧,中心能無稍怖乎?』女自言:『宓氏,字碧碧,年十八,嫁前村方氏子,半年而寡。今日爲母壽歸家,來此捷徑,不意遇子,不能自貞。誠夙份也,愿與子偕老。俾茕嫠有托,莫見棄否?』孫愀然曰:『得卿爲之,小可何修哉!但碍有老母,赋性方严,出入小閑,尚須咨白。不告而娶,實不敢專。然而父母爱子,何必苛求。見卿可人,應無不納。容徐图之。』女曰:『儿于子亦非無益者。子果肯降心相从,始終不二,則可以全性命,了死生。夜氣之牿亡,旦夕可復。俾子蜕蜣丸而爲蛨,化腐草而爲夜光,必當同爲人極之游,不復羁滞形骸,聽阎摩罗什天尊爲政矣。』孫大喜,相見恨晚。
晨興,即以告母。母呼女至前,反復详訊,乃謂孫曰:『儿勿草草,吾聞颜朱眸绿,尤物蛊人,傾萬乘之國尚有余,祸匹夫之身庸有不足?老身七十矣,所見閨秀何啻千萬,至若此之窮妖極艳,一見炫人心目者,實爲乍睹,真祸水也。汝何德以堪之?且夭方氏之子,不祥孰甚?可急遣之,勿速死亡。』孫默然鹄立,面如死灰。女進曰:『姑之見亦左矣。儿非自媒才,誠以蘖苦不如荠甘,故腆颜自荐,儿不厭郎貧,姑奈何畏儿蛊乎?』母曰:『不然,小娘恋新欢,忘舊好,钟情者固不得不然。而老婦爲豚犬作馬牛,用心亦不得不尔。』女勃然怒曰:『何物老嫗,酖毒若此!儿去此,豈便無啖饭處也!』且斥孫曰:『君木偶人,不足與語。不聽好言,不久當死。窮薄相,即死亦爲下鬼。彼時當袖手高坐于刀山劍樹之旁,看汝挣扎耳!』遂愤愤出門,不知所之。
孫涕泪縱横,頗形怨色。母慰之曰:『天下多美婦人,何必是?况深山窮谷,忽至麗人,非草木之妖,必狐鬼之怪,儿倘或迷惑不悟,冥想至邪,則老身將誰赖乎?』开喻再三,孫意少解。
居無何,有翁媪二人,率男婦六七輩,直入草堂,汹汹叫骂。孫甫出訊,輒遭扭結。翁以杖叩孫之背曰:『跌落涧下,與死爲邻,苟非吾女援手救,則山中鸦鹊飽汝肠胃久矣。今則棄捐吾女,抑何竟负恩而背本乎?』孫蓦然值此,色變氣沮,不能发一言。家人咸集,莫能解纷。孫母乃策杖出,曰:『無哗,有事不妨好議。』媪曰:『親母出矣。親母之发,如此種種,底事出言無度,致小女歸去,愤懑不餐。脱有不韪,親母之肉,豈足食乎?』孫母始知即女之父母也。陰念來势凶猛,必將选事,不如姑却以婉詞。方启齿,媪即止之,曰:『勿多言,可即垩壁除庭,明日即送鱼轩到門矣。』遽釋孫,纷然而散。
母謂孫曰:『視此行徑,愈信爲妖物矣。从來邪不犯正,尔心果守正,不难一麾而却也。』議已定,戒备以待。次日黎明,翁媪已送女至,鼓吹之谊,妆奁之盛,仆婢之多,内外填塞皆滿。孫頗韵羡。母以扊扅撑宅門,隔阖大言曰:『吾家門庭,自來清肃,無故來挠,能不自愧?可速退,無自取辱。』翁媪怒发曰:『怜汝家中纷纭,無執干者,故不惜爱女送來伺奉。胡爲强自高,其謂我缩领曲背,不能剚刃于老虔婆之腹中耶?』于是飞砖掷砾,攻击久之。母終置若罔聞。翁媪亦覺索然,但发恨聲,曰:『且去休!且去休!自有設施在後。』因復散去。
村人知其事,傳以爲怪,二三齿德來說孫母曰:『吾村地僻人稀,守望之助不給。宅上孤儿寡婦,輒與異類爲敌,執迂見以取寇仇,非所以计萬全也。此間舊有狐仙村,人往往見之,然而未嘗爲患。兹來相挠者,爲狐無疑。奉狐者,或與交游,或爲姻戚,自古有之,無足爲怪。令郎神氣不凡,即娶狐妻,應不致祸。莫若姑聽之,以解目前之害,不亦可乎?否則結怨既深,則爲祟必亟,恐贤母子不能安枕而卧也。』孫亦几諫其母,母不得已,从之。是夕,翁媪復送女來,愉悦之色可鞠。若预知母有俯就之意者,成禮而返。
孫及女逑好甚敦,女事母亦極婉順。日用所需,随念而至,一家大享坐食之福。
女一日謂孫曰:『今日有君之内侄來,須自檢束,勿貽後悔。』孫曰:『我之内侄,卿之猶子也,长幼自有各分,何檢束之有?』既來,非他,正曩日挤身巖下之姣童也。孫大駭,回念前事,深自局促。而少年談笑自若,毫不介意。孫始而安之,既而昵之,已而漸生狎亵,觑隙骤接其吻,少年驚怒曰:『狂奴故態,一毫未悛,豈有作人尊长而不自庄重如是者哉!』復力挤之,踣于案下,少年怫然而去。女至,見之,忿恨良久,徐乃歎曰:『徒費周張,酸子尚足與言性命事哉!』遂不辭而行。一切器物,不見人取携,一霎化爲烏有。孫與少年接吻時,覺異香入脑,衣上亦有香氣,數日不散,漸歸兩腋,遂患愠羝,終身不瘥。
閑齋曰:『狐性本淫,無足怪者。老狐何所图,而必欲以女嫁孫,以成其私奔之志,豈亦爱忘其丑,若知子惡之故欤?然女固不貞,而男又何洁也?是知世之好爲龍陽、以巾帼自甘者,雖雄狐之不若矣!』
蘭巖曰:斷袖之癖,人或有不免者,獨怪孫生,始以輕薄致坠巖下,甫得救援,復生痴想,即有如此立志送女與人之老狐。得以大享坐食之福,亦至幸矣。乃于正宜庄重自持之時,忽尔故態復萌,顿忘愧悔,亦可謂不足有爲者矣。卒爲狐辱骂,而素所钟爱者亦棄之而去。身患惡疾,何以爲人哉!丈夫也,而見鄙于妻子,已足羞矣,况異類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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