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공 이교지(李翹之)는 이름이 임괴(林魁)이고 오대산(五臺山) 사람이었다. 그가 미천했을 때 석공으로 생계를 유지했는데, 일찍이 동료 열댓 명과 함께 마을에 연극을 보러 갔다가 2경(二更)이 되어서야 돌아왔다. 그믐날이라 밤이 칠흑같이 어두워 걷기조차 힘들었는데, 갑자기 산천과 대지가 환하게 밝아지더니 정면으로 십여 리 떨어진 곳에 보살의 거룩한 모습이 나타났다. 그 높이는 수십 장에 달했고, 옷의 무늬와 영락(瓔珞)은 노을처럼 찬란했으며, 달 같은 얼굴과 별 같은 눈썹은 화려하지 않은 곳이 없어 온 세상이 유리처럼 투명하게 비쳤다. 이교지는 우러러보며 절하고, 입으로 염불끊임없이 외웠다. 잠시 후 그 모습이 사라졌고, 동료들에게 물어보니 아무도 본 사람이 없었다.
이교지는 올해 나이가 일흔을 바라보는데, 성품이 정직하고 사사로움이 없으며 의리를 중히 여기고 남에게 베풀기를 좋아했다. 처음 서울에 올라와서 대사농(大司農) 도근각공(塗勤恪公)에게 발탁되어 큰 석공 사업가가 되어 수십만 금을 모았다. 도근각공이 세상을 떠나자, 이교지는 은혜를 잊지 않고 매년 묘소를 보수했다. 이교지는 은혜를 덕으로 갚았으니 지금 사람 중의 옛사람이라 할 만했다. 두 아들 또한 총명하고 뛰어났다. 하늘이 착한 사람에게 복을 내리는 것은 당연한 이치였다. 그가 많은 사람 속에서 홀로 거룩한 모습을 본 것은 복덕을 겸비한 사람이 아니고서는 어찌 가능한 일이겠는가? 그는 스스로 덕을 베풀면 반드시 보답이 있다고 말했지만, 명예를 얻으려 한 것이 아니라 자신이 편안하게 여기는 일을 행했을 뿐이었다.
난암(蘭岩)이 말한다.
이는 이교지의 마음속에서 스스로 빛이 나온 것이다. 보살이 어찌 오셔서 홀로 그에게 거룩한 모습을 보여주셨겠는가! 사람이 마음을 씻고 생각을 깨끗이 하여 스스로 더러움을 없앨 수 있다면, 어찌 거룩한 보살의 모습이 아닌 곳이 있겠으며, 유리로 된 세상이 아닌 곳이 있겠는가?
원문
石商李翹之,名林魁,五台人。其微時為石工以食力,嘗與同行者十餘輩,往村中觀劇,二更始歸。際晦日,夜黑如漆,正苦迍躓,忽山川大地放大光明,迎面十餘里外現一菩薩寶相,高可數十丈,衣紋瓔珞,燦若雲霞,月面星毫,靡不華採,映徹世界,盡如琉璃。李且瞻且拜,口誦佛號不絕。頃之始隱,詢之同人,悉蔑之睹也。
李今年已望七矣,性正直,無私曲,重義氣,好施與。初入都,即受知於大司農塗勤恪公,得為大工石商,致富數十萬。公薨,李感恩不忘,歲修墓道。李以德報,為今人中之古人。二子亦岐嶷。天報善人,理自不爽。宜其於稠人之中,獨瞻法相,非福德兼厚者,又烏得有此?自言有德必報,非沽名,行其所安耳。
蘭岩曰: 此李心地自放光明耳。菩薩何來,獨示之以寶相哉!人能洗心滌慮,自去其污,何處非菩薩寶相,琉璃世界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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